채무자가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목표는 채무를 이행해야 할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면책이라고 하는데, 좀 복잡하게 말하자면, 법원이 개인회생이나 파산 채무자에게 면책결정을 내리면, 그 동안 채무자를 억눌러왔던 채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채무를 갚을 책임이 사라지게 된다.
예컨대 채무자가 홍길동이라는 채권자에게 50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산을 신청해 2000만원만 갚고 3000만원에 대해서는 면책결정을 받았다면, 홍길동은 여전히 채무자에게 3000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지만 채무자에게 그 3000만원을 변제하라고 할 수 없고 채무자도 3000만원을 갚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채무가 사라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굳이 면책을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채권자가 면책된 채권을 가지고 채무자에게 변제를 독촉하거나 강제집행을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채권자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며, 채무자는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강강술래. 점심 특선으로 갈비 조금 먹고 솥밥 먹고. 소고기로 실컷 배 채우려고 소고기집 가는 분 없죠? ㅎㅎ 맛만 살짝 보고 밥으로 배 채우기. 고기로 배 채우는 건 명륜진사갈비에서^^
그렇다면 어떤 채권이 면책 되는 걸까?
파산이냐 개인회생이냐에 따라 채권에 대한 면책 범위가 달라진다.
파산의 경우, 포괄적 면책을 적용한다. 채무자가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없는 채권일지라도, 채무자가 그 채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채권자목록에서 누락했다면, 그 누락된 채권 역시 면책의 효력이 미친다. 예컨대 채무자가 아주 오래 전에 A은행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알지 못하고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았고, 법원이 그 상태에서 면책결정을 내렸다면, 채무자는 A은행에 대한 5000만원의 채권에 대해 면책을 받은 것이 되어, 더 이상 갚지 않아도 된다.
언뜻 불합리하고 부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파산제도가 채무자를 보호하는 편에 더 가깝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 가능하다. 다만, 채무자가 A은행에 5000만원의 채무가 있는 것을 알고도 실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5000만원 채권에 대해서는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A은행은 채무자에게 여전히 5000만원을 갚으라고 독촉할 수 있고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은 후에 집행권원을 가지고 채무자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채무자가 채권자목록에 일부 채권을 누락한 후 면책 효력을 주장하려면, 채무자는 그 누락된 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개인회생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개인회생 절차 중에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있는 채권만 면책의 효력이 생긴다. 파산에선 모르고 누락한 채권에도 면책 효력이 생기는 것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개인회생에서 채권자목록에 없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는 해당 채권을 가지고 채무자에게 변제를 독촉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
채권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은 채권에 기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강제집행을 실시하려고 한다면, 채무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채권자가 집행권원(채무자에게 채무를 이행하라는 주문이 담긴 판결문 등) 없이 독촉을 한다면, 채무자는 면책확인의 소를 제기해 채권자의 독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채권자가 집행권원을 가지고 채무자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려고 한다면, 채무자는 청구이의의소(채무자가 변제 등의 사유로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이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그 집행권원이 갖는 집행력의 배제를 구하는 소, 민사집행법 제44조)를 제기해 집행권원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면 된다. 채무자는 청구이의의소를 제기하면서 강제집행정지결정명령을 함께 받아 집행법원에 정지결정문을 제출해야 강제집행이 정지된다.
채권자가 채무 이행을 독촉하는 지급명령이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지급명령이나 소송의 원인이 된 채권이 이미 면책결정을 받았다"며 재판부에 면책 항변을 하면 된다.
(집행권원, 청구이의의소, 집행력 등 법률 용어에 낮선 이들에겐 내용이 조금 약간 많이 어려울 수 있지만ㅠㅠ, 채무자는 면책된 채권을 들고 돈 내놓으라고 하는 채권자에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가능하다면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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