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채무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파산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봤을 겁니다. 채권자의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는 신념으로 버티지만, 로또처럼 갑자기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는 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에서 벗어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긴 제도가 파산입니다.
개인파산절차는 채무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경우,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 파산선고가 이루어지고 채무자 재산을 돈으로 바꿔서 채권자들에게 나눠준 후에 채무자에게 면책결정을 해줘 다시 경제적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파산 제도는 채무자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채무 전체의 변제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채권자의 개별적 채권행사를 금지하고 채무자 재산의 관리처분권을 파산관재인에게 이전하여 채무자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 배당함으로써, 채권자들 사이의 적정하고 공평한 만족을 도모하고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지 못한 잔여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책ㅁ임을 면제하여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개인파산은 영업자 비영업자 등 채무자의 신분과 상관없이 채무자가 개인인 파산사건을 의미합니다. 봉급생활자, 주부, 학생 등 비영업자가 소비활동을 하면서 갚을 능력을 초과해 과도하게 물건을 사거나 돈을 빌린 결과,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파산신청을 하는 소비자파산이 있고, 개인 사업자가 영업활동으로 인해 파탄에 이른 영업자파산이 있다.
파산 면책 제도는 원래 파산상태에 빠진 채무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죄악시하는 기조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럴 바에야 파산제도를 통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아내자"며 채권자의 채권회수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무자의 협조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하면서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오늘 날에는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를 구제'하는 차원을 넘어서 금융자본의 과잉신용공여(약탈적 금융제도)의 결과로 발생한 개인의 경제적 파탄까지 구제하는 방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산에 있어서 면책이란, 파산절차에 의해 배당되지 아니한 잔여 채무에 관하여 파산법원의 재판을 통해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일정한 면책불허가사유(채무자가 갚아야 할 채권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법원에 고의로 채권자목록을 제출할 때 누락한 경우 등)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허가하여야 하고, 설령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다고 해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나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면책을 허가(재량면책)할 수도 있습니다.
면책이 확정되면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해 그 책임이 면제되고, 당연히 복권되어 파산선고로 인한 각종 공사법상의 제한(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등)이 소멸됩니다.
다만, 면책의 효력은 파산채권에 대한 것이므로,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생긴 청구권에는 면책이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또한 조세, 벌금,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임금 퇴직금 등은 비면책채권으로서 면책 대상에 제외됩니다.
파산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간과했다가 나중에 파산절차를 진행할지 말지 주저하게 만드는 게 있는데요, 채무자가 면책을 받았다고 해도, 채무자의 보증인이나 그밖에 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자의 변제책임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파산을 하고 면책이 되면 빚에서 해방되니까 그 빚에 대해 보증을 선 사람도 면책의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의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서준 지인이나 친척 등은 여전히 그 빚을 채무자 대신에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죄책감 때문에, 파산절차를 취하하는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증인이 금융기관이라면 좀 다르겠지요.
쉽게 파산을 선택하는 채무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탓에 정말 마지막으로 기대는 것이 파산절차입니다. 파산과 면책 제도는 도덕적 해이의 산물이 아니라, 희망을 잃어가는 개인을 일으켜세우고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떠받쳐주는 사회안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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