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이나 친구 등 지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중하게 거부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가까운 사이에는 돈 거래를 하지 말라는 어른들 말씀이 있지만, 어제까지 웃으며 지내던 지인에게 정색하고 빌려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도, 가까운 지인과는 절대 돈 거래는 하지 말자. 돈 빌릴 땐 간이라도 빼줄 것 처럼 하던 사람이, 돈 돌려줄 때가 되면 이런 저런 이유로 변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돈 빌려준 지인이 돈 갚으라며 단호하게 말하면 서운하다며 내가 돈 떼 먹을 사람으로 보이나며 오히려 적반하장인 때가 많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이라도 쓰자. 너무 각박한 거 아니냐는 채무자의 말은 무시하자.
그런데, 사인 간에 주고받은 차용증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법적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법적 효력이란, 돈 빌린 자와 돈 빌려준 자 사이에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됐음이 법적으로 인정된다는 의미. 요컨대, 공증 안 된 차용증으로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건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사진) 얼마 전 교육 중에 받은 카드. 내 기분이나 감정과 가장 가까운 표현을 고르는 것이다. 모든 문구가 울컥하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차용증같이 사인 간에 작성한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도장)을 찍은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그 인영은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의 추정되면 그 문서 자체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은 법적 용어로, 법적으로 그런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채권자 채무자의 인영이 날인된 차용증이 작성되었다면, 해당 차용증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진정하게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차용증에 기재된 내용대로 금전대여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추정된다는 것이다.
법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겐 추정이라는 말이 무한반복돼 아리송하겠지만, 사문서에 도장이 찍혀 있으면 법원은 그 사문서를 그 도장 주인이 작성한 진정한 문서로 본다는 것이다. 법을 통해 추정이 성립되면, 그 추정되는 사실과 반대되는 내용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 도장은 내 것이 아니다 또는 그 도장은 내 것이 맞지만 제3자가 찍었다는 등의 사실을 주장, 입증해 차용증의 진정성립 추정을 깨트려야 한다.
결국, 차용증에 채권자와 채무자의 도장이 찍혀 있거나 서명 또는 무인이 있다면, 법원은 그 차용증을 진정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법적 효력이 있다며 채무자 손을 끌고 공증인 사무실에 찾아갈 필요는 없다. 다만, 공증을 받으면 더 확실하게 법적 효력을 인정받으니, 보험 차원에서 공증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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