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파산제도가 있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가 채무를 탕감받고 더 이상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채권자에겐 너무나 억울한 제도이지만, 자연재해나 경기변동 같이 당사자의 잘못이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변수에 의해 성실하지만 운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과도한 빚을 지게 된 채무자에게 다시 한 번 일어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파산을 원하는 채무자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다. 법원이 파산선고를 하면 채무자는 가진 재산을 돈으로 바꿔서 채권자들에게 나눠준다. 이를 환가 배당 절차라고 하는데, 이 절차가 끝나면 파산은 종결되고, 법원은 채무자에게 면책결정을 내리게 되고 채무자는 남은 빚을 더는 안 갚아도 된다.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공무원 시험 자격이 박탈된다든지 여러가지 공적 또는 사적인 자격과 권리에 대해 제한을 받는데, 채무자가 법원으로부터 면책을 받게 되면 그러한 제한이 사라지고 본래의 법적 지위를 회복한다(복권).
우리나라에는 파산제도가 법적으로 1960년대부터 있었지만,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해 파산한 사례는 1990년 중반 외환위기 때 나왔다. 40대 초반의 채무자가 보증채무를 감당할 수 없어 1996년 12월에 개인파산신청을 했고 이듬해 5월에 파산선고를 받고 98년 11월에 면책 결정을 받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파산제도는 양날의 검이다. 채무자에겐 새로운 희망을 주지만,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고 채권을 허공에 날린 채권자에겐 억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만, 태어나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가치와 약자를 보호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 경제적 필요를 감안한다면, 파산제도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물론,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의 경우에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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