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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응원하다가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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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을알자 2013. 8. 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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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적 근성.

이런 말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없을까 싶다. 프롤레타리아는 하층민을 일컫는다.  부르주아와 맞서는 말이다. 내 나름대로 쓰고 있는 이 말의 의미는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적대감이다.

시골 출신인 내가 서울에 살게 된 건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대학 연합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걸어서 다른 대학에 가게 됐다. 함께 걷던 과 동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좋은 집들이 참 많았다. 난생 처음 보는 으리으리한 집들이었다. "부럽다"로 끝냈어야 하는데, 욕까지 섞여 나왔다.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득 담았다. 함께 가던 동기 녀석이 정색을 했다. "야, 이런 집 처음 보냐.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지, 좋은 집 사는 게 무슨 잘못이냐?" 그러게. 맞는 말이다. 난 왜 그랬을까. 한동안 말을 잊었다. 저녁 집회 도중에 자취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가난이 죄가 아니듯 부유한 것도 죄는 아니다. 열심히 일해 많이 벌어 잘 꾸미며 산다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류현진이 오늘 데뷔 첫 해에 11승을 따냈다. 대단한 기록이라고 한다. 아직 시즌이 안 끝났으니 몇 승은 더 보탤 수 있으리라. 류현진이 잘 던지면 기분이 좋다. 죽 쑤는 날은 덩달아 우울해진다. 잘 던졌는데 타자들이 안 받쳐줘 승을 못 따내면 더 열받는다. 5~6일 간격으로 등판하니, 나 역시 5~6일 간격으로 웃다가 우는 셈이다. 나 뿐만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류현진의 승패에 눈과 귀를 모은다.

신나게 류현진을 응원하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나는 왜 내 월급과는 비교도 안 되게 버는 젊은 친구가 더 잘 되길 바라는 걸까. 애국심? 대리 만족? 그냥? 여하튼 돈 생각에 다다르면 갑자기 배알이 꼴린다. 기분도 살짝 나빠진다. 잘 나가는 이 친구에 비해 너무 초라한 내 자신이 슬프기도 하다. 모든 걸 돈으로 결부시켜 판단하는 나는 아마도 자본주의에 물든 고약한 프롤레타리아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아주 못나고 저열한. ^^  이런 이유로 배가 아프면 약도 없다는데, 내 자신이 참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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