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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페더러 이후, US오픈이 2년 연속 챔피언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스포츠

by 법무사합격했어요^^ 2020. 8.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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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이후 US오픈 우승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칠리치, 델포트로, 머레이, 바브린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2008년 로저 페더러가 앤디 머레이를 누르고 2004-08년 5년 연속 정상에 오른 이후 US오픈에서는 2년 이상 연속 챔피언 자리에 오른 선수가 없다. 2009~19년 11년 동안 매년 다른 선수가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는 의미다. 라파엘 나달(10년, 13년, 17년, 19년)과 노박 조코비치(11년, 15년, 18년)가 해를 건너 두 번 이상 우승한 기록은 있다.

 

같은 기간에 호주오픈 등 다른 3개 메이저대회는 2년 이상 연속 챔피언 등극을 허락했다. 호주오픈은 조코비치(11~13년, 15~16년, 19~20년) 페더러(17~18년), 윔블던은 조코비치(14~15년, 18~19년), 프랑스오픈은 나달(05~08년, 10~14년, 17~19년)에게 2년 연속 이상 우승컵을 내줬다.

 

메이저 대회를 2년 이상 연속 우승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따려면 2주동안 내로라하는 세계 강자들과 5세트 경기를 7번 연속 치러서 거푸 이겨야 한다. 매 경기 꾸준한 실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체력이 받쳐줘야 하고, 대진운 같은 주변 여건들도 함께 도와줘야 한다. 게다가 그런 실력과 운이 2년 연속 있어야 한다.

 

그래도 지난 09년부터 3개 메이저 대회에서는 2년 연속 이상 우승자가 나왔다. 근데 왜 유독 US오픈에서는 나오지 않은 걸까? US오픈 챔피언 방어전은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페더러가 완벽함을 무기로 세계 테니스를 홀로 주름잡던 와중에 나달과 조코비치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급성장하면서 그랜드슬램을 3등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혼자 독차지하다시피 먹던 파이를 어느날부터 세 명이서 나눠먹기 시작하다 보니 세명 모두 혼자서 두 조각을 연달아 먹는 게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US오픈이 시즌 후반기에 열린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시즌 후반기에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체력 부족과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베테랑들일수록 챔프 방어가 힘들다. US오픈의 상대적으로 느린 코트 속도와 뉴욕의 무더운 여름 날씨도 장애물이다. 느린 코트 속도와 무더위는 시즌 초반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해 온 상위권 선수들의 피로도를 더욱 가중시켜 2년 이상 연속 우승을 더 어렵게 한다.

 

스포츠 전문매체 이센셜리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US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자리를 방어한 선수는 08년 로더 페더러를 마지막으로 11년간 한 명도 없다. 페더러 이전에는 호주의 패트릭 라프터(97~98년)였으며, 80~90년대에는 존 매켄로, 지미 코너스, 이반 랜들, 스테판 에드베리, 피트 샘프라스 등 많은 선수들이 2년 이상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08년 페더러의 5연패 이후 11년간 US오픈 우승자는 모두 6명이다. 후안 마틴 델포트로(09년) 나달(10년) 조코비치(11년) 앤디 머레이(12년) 나달(13년) 마린 칠리치(14년) 조코비치(15년) 스탄 바브린카(16년) 나달(17년) 조코비치(18년) 나달(19년)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 기간에 호주오픈은 4명(나달, 페더러, 조코비치, 바브린카), 프랑스오픈도 4명(페더러, 나달, 바브린카, 조코비치), 윔블던도 4명(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이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 페나조 시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록들이지만, 유독 US오픈만 2년 연속 우승자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페더러가 2004~08년 5년 연속 US오픈 챔피언 자리를 유지한 비결부터 들여다보며 실마리를 찾아보자. 당시 페더러는 완벽 그 자체였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발군의 실력으로 US오픈을 비롯한 주요 ATP투어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클레이와 잔디, 하드 등 모든 코트를 섭렵하는 정상급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발돋움하기 전이었고, 페더러에게 도전장을 내밀 선수는 거의 없었다. 08년 US오픈 4강전에서 페더러에게 무릎을 꿇은 조코비치는 당시 페더러를 위협할 선수로 발전하던 중이었고, 클레이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나달은 아직 하드 코트 메이저대회의 결승까지 오르기에는 2%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2009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나달은 호주오픈 정상을 차지하면서 하드코트에 완전히 적응했고, 조코비치도 스트로크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면서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페더러는 그 해 US오픈에서 아르헨티나의 델포트로에게 패하면서 6년 연속 챔피언 꿈이 무산됐고, 세계 테니스는 이견없이 ‘페더러 시대’에서 ‘빅3 시대’로 전환됐다.

 

페더러는 나이를 먹었고 시즌 후반기에 들어가면 종종 지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달은 주로 부상으로 시즌 후반기를 힘들게 보냈다. 페더라와 나달이 시즌 후반기를 힘겹게 보내는 반면에 조코비치는 빅3 중에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후반기를 보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고비마다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머레이(12년)와 바브린카(16년)에 덜미를 잡혀 준우승에 머물러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을 실패했다. 빅3의 틈새를 비집고 우승컵을 따냈던 델포트로(09년 우승), 칠리치(14년 우승), 바브린카(16년 우승)는 다음 해 챔피언 방어 대회에서 나달과 조코비치에게 패하며 2연패 도전 시도를 아쉽게 마무리했다.

 

2008년 이후 11년간 US오픈에서 2년 이상 연속 우승자가 나오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US오픈이 메이저대회 중 가장 마지막에 열리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8월까지 3개의 메이저대회와 각종 투어 대회를 소화하느라 많은 체력을 소진한 뒤에 US오픈에 출전하기 때문에 젊은 도전자들의 반란과 이변의 많이 연출된다. 

 

코트의 느린 속도와 뉴욕의 무더운 여름 날씨도 선수들의 피로도를 더욱 가중시킨다. 하위권 선수들은 승리를 원하지만 패해도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체력과 도전정신을 앞세워 피로가 쌓인 상위권 선수들을 괴롭힌다. US오픈의 코트는 다른 하드 코트에 비해 볼의 바운스 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시즌 초반부터 달려온 탓에 피로가 쌓인 상위권 선수들 입장에서는 랠리가 더 길어지는 느린 코트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악조건이다. 체력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존 매켄로와 샘프라스 등은 지금 보다 더 빠른 속도의 코트에서 경기를 했다.

2020년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19년 우승) 라파엘 나달이 코로나19로 불참하기 때문에 새 우승자가 나올 것이다. 과연 올 챔피언 자리에 누가 오르고, 그 챔피언이 내년에도 연속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 볼 일이다. 물론 그 결과를 보려면 1년을 꼬박 더 기다려야한다는 게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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