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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예서를 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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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을알자 2008. 8. 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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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 탁구여자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땄습니다. 결승 진출을 놓고 치른 싱가포르와의 일전에서 아깝게 패해 너무너무 억울하고 속 상했는데, 동메달 소식에 조금이나마 상한 속이 진정됩니다.

동메달을 목에 건 우리 한국팀에는 당예서라는 낯선 선수가 있습니다. 당 선수는 이름에서 풍겨나오는 느낌처럼, 원래 국적이 중국입니다. 지난해에 한국인으로 귀화를 했습니다. 1981년생이니 지금 나이 27세. 그는 왜 꽃다운 나이에, 그것도 중국인과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중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을 택했을까요. 그건 바로 오직 올림픽 메달을 향한 꿈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중국 청소년 대표로도 활약할 정도로 탁구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탁구가 국기나 다름없는 중국에는 그와 버금가거나 그를 뛰어넘는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는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졌고, 올림픽 출전 꿈도 좌절됐습니다.

그래서 그는 선택했습니다. 선택이라는 말 앞에 '고뇌에 찬'이라는 수식어를 넣어야 할 겁니다. 두번째 조국을 찾아 첫번째 조국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로 했습니다. 2001년 한국에 온 당 선수는 지난해 한국인으로 귀화했고, 올 해 기다렸다는 듯 국가대표로 발탁됐습니다. 그리고 고국인 중국의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첫번째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두번째 조국에 동메달을 선사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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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건 당 선수의 멋진 플레이에 홀딱 반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깔끔한 외모에 다부진 움직임, 매서운 눈초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현란한 탁구 실력. 당 선수는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당 선수에겐 더 깊은 매력이 있었습니다. 꿈을 향한 쉼 없는 여정입니다.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그는 2001년 대한항공 탁구팀에 연습 파트너로 들어왔습니다. "배신자"라는 말과 함께 날아오는 따가운 시선들에 많은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올초엔 중국에서 열리는 한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고국에서 그는 야유만 실컷 듣고 왔습니다.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당당했습니다. 그것은 자신만의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달 후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마침내 꿈을 이뤘고, 그는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구에게나 조국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토록 소중한 조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적을 바꾸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헌신짝 버리듯 국적을 버렸다는 비난을 무서워 해야 할까요.

국적을 바꿔 자신의 조국을 향해 칼을 겨누는 심정. 과연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당 선수의 꿈에 박수를 칩니다. 당 선수의 용기에 갈채를 보냅니다.

한국에서 못 다 이룬 꿈을 위해 중국 국적을 택한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박수부터 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잠깐 생각해 보렵니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조국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하고 말입니다. 논지에서 살짝 비켜난 말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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