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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보내며

살아가는 이야기들

by 법을알자 2013. 12. 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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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가, 예전 일이다. 휴일이랑 별 상관없는 회사를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쉬는 날은 있었다. 추석이나 설같은 아주 특별한 날 말이다. 추석 때였을 거다. 시골 집도 다녀오고 모처럼 쉬는 날을 만끽했다. 연휴 다음날, 부장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다른 세상을 만났다. 추석 날 부장이 회사에 나왔단다. 그냥 할 일이 없어서 회사에 들렀다고.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는데, 이어진 이야기를 듣곤 아연 실색. 그 날 차장도 사무실에 나왔고, 우연히 만난 두 양반이 거하게 저녁을 함께 했단다. 차장은 왜 나왔을까. 역시 그냥 나왔단다. 휴일에 가족들 집에 두고 일 없이 회사 나오는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그 땐 그렇게 생각했다. 부장과 차장이 참 한심하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지금. 아연실색하고 헛웃음 짓던 내가. 일요일 오후에 회사에 나와 앉아 있다. 난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한 해가 저물어간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별로 기억할 것 없는 한 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에 약간의 허망함도 느끼고 아쉬움도 남는다. 회사에서 할 일 마치고, 시간이 좀 남아 이것저것 하다가 잠시나마 소박하게 올 해를 정리했다. 여름에 돌아가신 아버지 빈소에 오신 분들 명단을 이제서야 확인해 문서로 남겼다. 물론 찾아가거나, 이메일과 전화로 고마움을 전했지만 명단을 만들 생각은 못했다. 다들 참 고마운 분들이다. 회사 메일함도 정리했다. 한 해동안 다른 이들에게 보낸 이메일 보관함에 저장된 메일을 지웠다. 10개 단위로 전체를 선택하고, 영구삭제 버튼을 누르고, 삭제 확인을 클릭하고, 편지 10통 지우려니 세 번의 클릭이 필요했다. 모두 몇 통을 지웠는지 모르겠지만 클릭하느라 손목이 뻐근하다. 

이렇게 내 2013년은 흘러간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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